가는 실에 묶여 천정에 매달려 있는/ 나무로 만든 새/
나사로 이어붙인 뭉툭한 날개/ 검은 점의 장식 같은/
그 내면을 알 길 없는 눈/ 혀도 감추고 있지 않은 부리/
공기조차 가를 수 없는 슬픈 이마를 하고서
언젠가 한번 하늘을 날아볼 것이라고/ 나사가 녹슬기 전에/
불과 망각 속으로 던져지기 전에/ 여기서 어딘가로 떠나볼 것이라고/
작은 바람만 불어 들어와도/ 깃털도 없는 날개를 움직여 본다
자신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는/ 나무로 만든 새/
낮 동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/ 흔들리며/
혼자서 나는 연습을 한다/ 함께 실에 묶여 있는/
나무로 만든 말/ 나무로 만든 돌고래/
나무로 만든 나비의/ 인간들을 흉내 낸 비웃음을 들으며
어느 날이었지 모두 잠든 밤/ 한 줄기 강한 바람이 창문을 열어젖히자/
나무로 만든 새/ 한 번 심호흡을 한 뒤/
실을 끊고서/ 힘껏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지/
어둔 밤의 대기 속으로/ 둥근 지붕들과 검은 언덕들과 바다 위를 날아
고통의 문신 같은 별들을 향해/ 물결무늬 진 어깨로 바람을 가르며/
날고 또 날았지/ 눈동자는 생기를 찾아 별빛을 반영하고/
부리를 열자 심장에 가둬 두었던 노래가 흘러나왔지/ 대양을 건너는 철새들의 무리가/
경이에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
아침에 잠을 깬/ 나무로 만든 말/
나무로 만든 돌고래/ 나무로 만든 나비/
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/ 옆에 매달린 나무로 만든 새에게서 나는/
바람과 소금의 냄새를/ 어렴풋이 맡을 수 있었지
그 내면을 알 길 없는/ 검은 점의 눈을 하고 있지만/
나무로 만든 새/ 그 별들의 기억이 속눈썹 아래 박혀 있었지/
가는 실에 묶여 허공에 매달려 있지만
// 류시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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