Never Againㅡ 이수영
공기 때문에 변해가는 것들이 있다. 너를 기다리며 주머니 속에서 굴리는 동전의 온기.
시큰둥하게 말라가는 사과 한 쪽과 끝까지 마른 제 잎을 부둥켜안고 있는 산세베리아. 좀처럼 건조함을 이기지 못하는 너의 목소리와 두 손.
이를테면 사랑, 이별, 관계 같은 말들이 갖고 있는 온도의 차이.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새로운 계절의 냄새.
냉장고에 들어앉은, 이틀 후면 마실 수 없게 되는 우유와 주스. 다음 달이면 쓸모를 잃을 일 년짜리 오픈 티켓.
이 공기가 한 번 더 바뀌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한다. 그때가 오면,
지금 이 마음은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므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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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달라지는 나무 수종과 지붕의 모양들.
하늘의 빛깔, 사람들의 말투 그 미세한 높낮이, 눈가에 와 닿는 햇살의 무게.
두근거림, 기분 좋은 피곤함, 나른함에 뒤섞인 흥분.
자꾸만 생각나는 한 사람을 가슴속에 다시 밀어 넣으며 빼꼼히 열어보는 작은 창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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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토록 아름다운 시간을 살고 있는 나를, 무엇에든 미칠 수 있는 나의 지금을,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나보다 사실 더 멋진 사람일지도 몰라요.
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한 가지. 그냥 좋은 전부를 찾으려 하지 말고 진짜 좋은 딱 하나만을 찾는 것.
그것만 기억하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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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, 상처를 받아본 사람은 상처를 주지 않지. 던진 돌에 가슴 한구석을 다쳐본 사람은 남에게 돌을 던지지 않아.
한 번이라도 진실의 눈과 눈이 마주쳐본 사람들은 거짓을 가까이 하지 않지.
이별이란 단어에 생의 한 부분을 베어본 이들은 함부로 이별이란 말을 꺼내지 않아. 그래, 다 그런 거야.
진짜 여행을 만나고 온 자들의 입에서 좀처럼 여행을 엿들을 수 없듯이.
ㅡ in 눈물 대신 여행, 장연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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