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대, 아직 살아 있는가?
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, 그렇게 물었다. 그러고는 넋을 잃고 바라보던 구름의 무늬에서 눈을 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.
나는 어쩌면 그토록 사랑했을까. 무거운 배낭에 허리가 꺾이는 길 위에서도 나는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.
내 걸음이 그대를 잊었는가. 그 사이 나는 걸음을 걸을 때면 되도록 마음을 줄이고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버릇이 생겼다.
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. 이것은 이제 아주 명백한 느낌이 든다. 내 눈을 반쯤 감고서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.
눈물이 갑자기 하염없이 흘러내린다. 죽어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고서야 죽겠다던 때가 있었다.
이제는 다만, 아주 오랜만에 그대를 묻는다.
그대 아직 살아 있는가?
//
그대는 살아가고 싶어서 눈이 눈물처럼 빛나던 사람이다.
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대 부디 안녕하라.
미칠 것 같으나 사랑은 결코 치명적이지 않으니,
다만 어느 순간에도 부디 그대가 그대이기를 포기하지 마라.
//
나는 왜 떠나는 자가 되었을까.
그리고 이제 와서 내 입으로 할 수 있는 몇 마디 말은,
상처란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.
다만 나의 자리를 상처에서 비켜 다시 마련하는 일.
이 말을 의심하지 마라. 그 속에 혹은 그 밖에서 치열함을 묻지도.
//
세상에는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자동차 외판원이 있고,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이 있으며,
여행하지 않는 여행자가 있다. 다른 건 몰라도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는 있다.
사랑을 잃은 자는 사랑의 흔적으로 살고, 여행이 막힌 자는 여행의 그늘 아래 살아가니 여직 길 위에 있는 사람들아,
너무 외롭거나 아프지 마라. 세상 끝에 걸친 그대의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.
사라지지 말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겨다오.
오래오래 당신은 여행생활자다.
ㅡ in 여행생활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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