Reaching Silence

물 속의 물방울이여.

날고싶다! 2012. 9. 14. 02:30

 

 

 

 

이수영 - 그 길에서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너의, 살

속으로 들어간다.

투명한 너의 몸이 나를 감싼다.

나를 보태고도 넘치지 않는 너의 몸!

찢어지는 아픔도 피흐르는 고통도 없는

너의 몸 속에서 나는 숨이 가쁘다.

호흡이 곤란하다.

내가 나의 몸으로 남아 있으려고 몸부림 칠수록

숨은 점점 끊어져오고 네 몸은 내 몸을

틈없이 너무너도 꼭 맞게 마신다.
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너는 내 속으로 들어왔었다.

그걸 알았을 때 내 몸은 네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.

나를, 내 몸을 찾을 수 있을까?

너를 다 퍼내고 남은 발라진 생선 가시일까?

내 몸은, 네 몸이 증발하고 남은 얼룩일까?

너의 살 속으로 들어갈 때 이미 나는 네 몸에 젖어 있었다.
물 속의 물방울이여./채호기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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