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수영 - 그 길에서
너의, 살
속으로 들어간다.
투명한 너의 몸이 나를 감싼다.
나를 보태고도 넘치지 않는 너의 몸!
찢어지는 아픔도 피흐르는 고통도 없는
너의 몸 속에서 나는 숨이 가쁘다.
호흡이 곤란하다.
내가 나의 몸으로 남아 있으려고 몸부림 칠수록
숨은 점점 끊어져오고 네 몸은 내 몸을
틈없이 너무너도 꼭 맞게 마신다.
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너는 내 속으로 들어왔었다.
그걸 알았을 때 내 몸은 네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.
나를, 내 몸을 찾을 수 있을까?
너를 다 퍼내고 남은 발라진 생선 가시일까?
내 몸은, 네 몸이 증발하고 남은 얼룩일까?
너의 살 속으로 들어갈 때 이미 나는 네 몸에 젖어 있었다.
물 속의 물방울이여./채호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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